달의 아이 따위로 유명한 시미즈 레이코님의 '비밀' 3권이 대땅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얼마나 오랜만에 나왔냐면 3권을 봤는데 뭔 내용인지 모르겠어서 1,2권도 다시 읽었는데 처음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무튼 읽었습니다. 재밌더구만요.
끗.
이 아니라. 책을 보며 여러가지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뭐 읽은 분들은 내용을 대강 아시겠지만, 최신 뇌과학 지식을 이용한 첨단 의료 현장을 다룬 SF물...이 아니라, MRI 스캔을 이용해 죽은 사람의 기억을 영상으로 재생하여 볼 수 있다는 설정을 다룬 내용입니다. 불의의 사고나 살인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뇌를 죽기 3-5년전까지 재생해서 볼 수 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범인을 찾기도 하고, 사망 원인을 알아내기도 합니다.
복상사 AV의 가능성을 점치는 그대, 해마에게 오라기억을 통해 영상을 본다는 것은 비디오에 녹화된 영상을 보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왜곡"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영상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다들 조금씩 왜곡되어 있습니다. 왜곡이라는 표현보다는 편향이라는 표현이 적확한 표현인듯 하네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왜곡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보고 똑같이 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것은 편향입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객관이고 다른 사람의 시각은 내 시각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시선의 위치도 다르고 눈이나 코, 귀도 다릅니다.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다르게 보이고 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보는 김태희와 쟤가 보는 김태희가 똑같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장 담 이라고 하는거 같죠? 아님 말고요.
물론 대강 비슷한 눈과 귀를 가지고 있으니 비슷하게 보이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똑같을 수는 없을겁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취향이라는게 생기는 거겠지요.
그래서 기억을 통해 보는 영상은 그 사람의 왜곡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외롭고, 슬프고 또 아름답습니다. 내가 보는 세상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50억의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은 50억의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저마다 각각의 세상에서 살고 있고, 결코 닿을 수 없습니다. 닿기 위해 노력하고 닿았다고 믿고 있을 뿐이죠. 그 사람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이 같지 않을텐데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이라는 가치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는거죠. 생명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소중합니다.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번밖에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항상 절절합니다.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그렇습니다.
같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겠지만, 결코 같은 곳에서 바라볼 수 는 없습니다. 같은 곳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할 뿐이죠. 그 노력때문에 공감은 가치있는 것이 됩니다. 같은 곳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요. 인간이라는 것은 그렇기에 강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존재겠지요. 다들 힘내서 각각의 세상에서 잘 사시고, 가끔 재밌는 얘기를 전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우선 해마가 전하는 재밌는 얘기